종이 서류와 이메일 의존 시대는 끝났다. 연결되지 않은 플랫폼은 새로운 비효율을 만든다.
한국 해운 산업은 전 세계 상품 교역의 80%를 담당하는 글로벌 물류의 핵심 동력입니다. 그러나 이 중요한 산업은 여전히 종이 서류와 엑셀 스프레드시트, 수동 업무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더욱 복잡해지고, 탄소 규제가 강화되며, 고객은 실시간 가시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디지털 협업 플랫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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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ggle왜 디지털 협업 플랫폼인가: 기존 방식을 넘어서는 필요성
과거의 디지털화 시도는 종종 실패를 맛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머스크(Maersk)와 IBM이 2018년 시작했다가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트레이드렌즈(Tradelens)’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주요 운송사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사들이 서로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을 꺼려 지속적인 확산에 실패했습니다. 핵심 원인은 특정 경쟁사의 주도로 운영되는 플랫폼에 다른 경쟁사들이 참여하는 데 근본적인 신뢰 문제와 이익 배분의 불확실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해운 업계 디지털 전환의 핵심 교훈을 시사합니다. 진정한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한 플랫폼은 중립적이어야 하며, 참여하는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한 가치를 제공해야 합니다. 하나의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시스템보다는, 호텔스닷컴이나 에어비앤비가 여행 산업을 변화시킨 것처럼, 업계를 관통하는 독립적인 플랫폼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한국 해운사의 디지털 전환 현황: 협업을 위한 발걸음
한국 해운사들은 전자문서화와 플랫폼 구축을 통해 개별적인 디지털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전통적인 운송사에서 데이터 기반의 통합 물류 서비스 제공자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 HMM의 선제적 접근: 국내 최대 컨테이너 운송사 HMM은 2030년까지 전자선하증권(eBL) 도입률 100%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운임 견적과 선복 예약이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 ‘하이큇(Hi Quote)’을 운영하며, 크로스보더 전자문서 플랫폼 CargoX와의 협업을 통해 eBL 서비스를 본격화했습니다. 이는 고객의 문서 처리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합니다.
- 운항 효율화를 위한 AI 도입: 운임과 연료비 변동, 탄소 규제 강화에 대응해 AI 기반 운항 최적화는 핵심 생존 전략이 되었습니다. HMM은 AI 영상 분석 솔루션 ‘딥아이즈’로 선내 안전을 강화하고, SM상선은 연료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KMTC는 2025년 들어 자율운항 기술 선도 기업 아비쿠스(Avikus)와 협력해 10척의 컨테이너선에 AI 자율운항 시스템을 도입, 안전성과 연료 효율 개선에 나섰습니다.
아래 표는 한국 해운사의 대표적 디지털 협업 및 도입 사례를 보여줍니다.
| 해운사 | 도입/협업 플랫폼/기술 | 주요 내용 | 기대 효과 |
|---|---|---|---|
| HMM | CargoX 플랫폼 (eBL 연동) | 전자선하증권 발행 및 전달 프로세스 디지털화 | 문서 처리 시간 단축, 거래 보안성 강화 |
| HMM | 자체 플랫폼 ‘하이큇(Hi Quote)’ | 온라인 운임 견적 및 선복 예약 서비스 | 고객 접근성 향상, 영업 업무 효율화 |
| KMTC | Avikus AI 자율운항 시스템 | 10척 컨테이너선 대상 자율운항 솔루션 도입 | 연료 효율 개선, 안전성 강화 |
| 한국 해운업계 | DCSA 표준 기반 eBL | 업계 표준 전자선하증권 채택 목표 (2030) | 업계 전체 문서 처리 비용 절감(연간 최대 65억 달러) |
진정한 협업의 장애물과 플랫폼의 미래
그러나 여전히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데이터의 고립과 상호운용성 부재입니다. 각 해운사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고, 선박 제조사(HD현대)나 선급(KR)이 각자의 생태계를 확장하면서, 데이터 소유권과 통합 문제가 새로운 형태의 ‘사일로(silo)’를 만들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박 성능 데이터는 선사와 선급, 엔진 제조사의 플랫폼에 각각 존재해 중복 관리되거나 통합적 분석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플랫폼의 플랫폼’ 접근법입니다. 한국선급(KR)이 2025년 9월 아비쿠스, LAB021 등 국내 주요 4개 해양 소프트웨어 기업과 맺은 협약은 이를 위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이 협약은 단일 플랫폼이 아닌, 각 분야의 최고 전문성을 가진 플랫폼들이 상호 연결되고 협력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이를 통해 선사는 복수의 최적화된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마치며: 경쟁에서 협력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재편하는 게임의 법칙
해운 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단순히 가장 큰 선대를 보유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가장 잘 연결되고, 가장 스마트하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데 있을 것입니다. 컨테이너 협업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의 궁극적 역할은 단일 운송사의 효율성을 넘어, 화주, 포워더, 항만, 내륙 운송사 등 전체 공급망 파트너를 하나의 가시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크로 통합하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한국 해운사의 성공은 개별 기술 도입을 넘어, 개방적 표준을 수용하고, 경쟁사 및 파트너와의 건강한 데이터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데이터는 새로운 화물이 되었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이 화물을 누구와, 어떻게, 얼마나 가치 있게 교환하느냐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디지털 연결성은 새로운 형태의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앞으로 해운 경쟁의 핵심은 선복량이 아니라 데이터와 AI 기술력 확보”에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은 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