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물류 산업에서 공차율은 단순한 지표를 넘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 화물 트럭의 평균 공차율은 약 24%에 달하는데, 이는 운송 비용의 상당 부분이 ‘아무것도 실리지 않은 이동’에 소비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존 파트너십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 숫자를 줄이는 것은 복잡한 과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류 네트워크를 재해석하고 협력을 심화시키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목차
Toggle1. 공차율의 숨겨진 비용: 당신이 놓치고 있는 것들
공차 운행의 문제는 단순히 연료비 낭비를 넘어섭니다. 첫째, 고정된 운송 비용이 비효율적으로 분배됩니다. 공차 구간이 발생하면 그 구간의 유류비, 차량 감가상각비, 운전자 인건비는 여전히 발생하지만, 수익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이 비용은 결국 전체 물류 단가에 전가되거나, 운송사의 이익을 갉아먹게 됩니다.
둘째, 환경 규제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목표 아래 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차량을 돌리는 ‘허탕’ 구간은 아무런 경제적 가치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장 비효율적인 활동 중 하나입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평판과 직결되는 사안입니다.
마지막으로, 운송사의 운전자 확보와 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공차율이 높을수록 운전자의 실질적인 수익 창출 시간은 줄어들고, 불필요한 이동 시간과 피로도는 늘어납니다. 이는 우수한 운전자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하고, 결국 화주와의 안정적인 물류 서비스 제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습니다.
2. 기존 운송사와의 신뢰를 더 깊게 하는 협력 전략
새로운 파트너를 찾기보다, 기존 운송사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 기반의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많은 경우, 공차율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단기적 계약 관계에서 비롯됩니다.
데이터 투명성을 통한 공동 문제 인식
먼저, 당신의 물류 데이터를 운송사와 공유하세요. 월별/분기별 출발지, 도착지, 화물 용량 패턴을 시각화한 자료를 함께 보며, 어떤 노선에서, 왜 공차가 발생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합니다. 예를 들어, A 지역에서는 항상 풀 트럭으로 출고되지만, B 지역으로의 복귀 화물이 정기적으로 부족한 패턴이 발견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서로를 비난하기보다, 시스템적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협력의 토대를 마련합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계약 혁신
단순히 1회 운송 단가만을 놓고 협상하는 관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공차율 개선에 따른 비용 절감분을 공유하는 인센티브 계약을 도입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전년 대비 공차율을 X%p 개선했을 때, 발생한 절감 효과의 일정 부분을 운송사에 인센티브로 지급하거나, 다음 계약 시 더 유리한 조건을 약속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운송사가 단순한 계약 수행자가 아닌, 비용 절감의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3. 실행 가능한 4가지 실전 전략
이론을 넘어, 기존 관계 속에서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전략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역방향 물류(Backhaul)의 적극적 수집과 매칭
가장 직접적인 방법입니다. 당신의 주문이 아닌, 당신의 화물이 도착한 지역에서 다른 화주의 돌아오는 화물(백홀) 을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운송사와 협력해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운송사의 네트워크 활용: 운송사는 다양한 화주를 상대합니다. 당신의 차량이 도착할 지역에서 운송사의 다른 고객이 발생시킨 출하 화물이 있는지 조사하도록 요청하세요. 운송사는 차량 활용도를 높일 수 있어 동기 부여가 됩니다.
- 디지털 화물 플랫폼 활용: 최근에는 카카오T로 배차하듯, 실시간으로 화물과 차량을 연결하는 디지털 화물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기존 운송사와의 계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차 구간에만 이러한 오픈 마켓형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운송사의 추가 수익 창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2) 집하 시스템 최적화와 예측 가능한 스케줄링
공차율은 단순히 트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당신의 창고 운영과 발주 패턴이 공차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지역별 집하 통합: 여러 공장이나 창고에서 소량씩 자주 출고하는 경우, 인근 지점의 화물을 모아 풀 트럭을 구성하는 ‘밀집(Consolidation) 센터’ 운영을 고려하세요. 단거리 소량 수집은 추가 비용이 들 수 있으나, 장거리 주노선의 공차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 운송사에 대한 예측 가능한 계획 제공: 운송사가 최소 72시간에서 1주일 전에 어디에, 얼마만큼의 차량이 필요할지 알 수 있다면, 그들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차량과 운전자를 스케줄링하고 백홀 화물을 미리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보 공유는 최고의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3) 라운드 트립(Round Trip) 경로 설계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는 단순 선형 이동에서 벗어나, 하나의 루프를 그리며 여러 지점을 순환하는 경로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으로 화물을 운송한 후, 부산에서 대전으로 가는 백홀 화물을 싣고, 다시 대전에서 수집한 화물을 서울로 가져오는 방식입니다. 이는 각 구간이 단독으로는 완전 적재가 안 될지라도, 전체 루프의 평균 적재율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운송사와의 긴밀한 협업 아래 지역 내 물류 허브 역할을 하는 제3의 파트너 창고를 활용하는 복합적인 전략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4) 모달 시프트(복합운송) 검토
모든 구간을 트럭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립니다. 특히 장거리 주간 이동에 있어서는 철도 또는 해운을 주간 수단으로, 트럭을 도심 집배송 수단으로 사용하는 복합운송이 매우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화물을 트럭이 아닌 야간 철도에載せ고, 서울 역에서 최종 목적지까지만 트럭으로 이동한다면, 운전자의 피로도와 고속도로 통행료는 줄이고, 트럭의 주행 거리와 공차 발생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한국철도공사의 코레일 물류 서비스와 같은 옵션을 기존 운송사와 상의하여 검토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아래 표는 주요 전략별 특징과 고려사항을 정리한 것입니다.
| 전략 | 핵심 방법 | 기대 효과 | 주요 고려사항 |
|---|---|---|---|
| 역방향 물류 매칭 | 도착지에서의 복귀 화물 확보 | 연료비, 통행료 등 변동비 직접 절감 | 경쟁사 화물 혼재 가능성, 실시간 정보 필요 |
| 집하 시스템 최적화 | 출고 지점 통합, 예측 스케줄링 공유 | 주노선 적재율 향상, 계획 가능성 제고 | 내부 물류 프로세스 변경 필요, 초기 조정 기간 필요 |
| 라운드 트립 설계 | 순환형 경로로 다중 지점 방문 | 전체 루프 평균 적재율 상승 | 복잡한 경로 관리, 여러 화주의 조정 필요 |
| 모달 시프트 | 장거리 구간 철도/해운 전환 | 장거리 트럭 공차 구간 근본적 감소 | 하차장 인프라, 시간 조정 필요, 운송사 역할 재정의 |
4. 새로운 시작: 변화를 이끌어내는 대화법
이 모든 전략의 성공은 ‘대화’ 에서 시작됩니다. 운송사를 비용 중심의 하청업체가 아니라, 당신의 물류 효율화를 함께 고민할 전략적 파트너로 대하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공차율을 5% 줄여주세요”라고 요구하기 전에, “함께 우리 물류 데이터를 분석해서 비효율 구간을 찾고, 개선된 비용 절감분을 함께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해 보십시오. 운송사 역시 유휴 차량과 시간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고 싶어 합니다. 당신이 그들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파트너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그들은 단순한 계약 조건 이행을 넘어 더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오늘 당장, 기존 주요 운송사 담당자와 화물 패턴 데이터를 공유하며 시작하는 미팅 일정을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대화가 당신의 물류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하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